말씀과 철학

말씀과 철학

항암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었던 한 사람
25년간 2만5천여 암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다

박창환 신부님

암 환자들과 함께하는 저의 특별사목은 자궁암 말기 할머니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한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병원 치료가 한계에 이르러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외로운 투병을 마주한 이들을 보며, 저는 이 현실에 대한 깊은 아픔과 질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사랑받아 마땅한 분들이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고통 속에 머무는 모습은 그저 지켜보기엔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그분들이 끝까지 보살핌을 받고, 사랑 속에서 존엄하게 마지막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간절한 소망이 성모꽃마을의 출발이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항암치료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 속에서 힘들어하는 암 환우분들을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 왔습니다. 독성 항암제로 지친 몸 위에 약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고통이 더해질 때,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의학적 공부와 실천을 통해 대안을 찾아왔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많은 환우분들이 고통을 덜고 끝까지 항암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암 환우들과 함께한 시간이 25년이 되었습니다. 힘들고 긴 여정이었지만, 저는 그들의 오늘과 마지막을 함께하며 두려움이 아닌 평화와 사랑 안에서 떠날 수 있도록 곁을 지켜왔습니다. 병원에서 "더는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분들이 삶의 시간을 다시 이어가는 기적 같은 순간도 수없이 목격해 왔습니다. 이 모든 일은 하느님의 이끄심과 수많은 손길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은총이었습니다.

성모꽃마을은 지난 25년 동안 교구나 정부의 지원 없이 오직 하느님의 섭리와 이웃들의 도움 안에서 걸어왔습니다. 묵주를 팔고, 라면을 팔며 도움을 청하던 시간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방법을 배우고 체험하던 시간이 모여 오늘의 성모꽃마을을 이루었습니다. 현재는 약 100여 명을 돌볼 수 있는 공간에서 암 환우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을 지닌 분들까지 보살피고 있으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에게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무료로 나누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지금까지 터득한 모든 노하우로 더 많은 환우분들을 돌볼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암은 몸뿐 아니라 마음과 감정에도 깊이 반응하는 병이며, 수술과 항암만으로는 온전히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더 많은 분들이 알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암이라는 병 앞에서 두려움 속에 외롭게 싸우고 계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모꽃마을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끝까지 사랑받아야 할, 더없이 귀한 존재입니다. 마지막까지 존엄한 삶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저희가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박창환 가밀로 신부

박창환 신부님을 통해 듣는 성모꽃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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